현 정부의 나사빠진 세계시민주의
유현(喩賢)
필자는 한국이 민족주의를 탈피해야 하는 시점이 언젠가는 온다고, 정확히는 와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유럽의 근현대를 비추어 볼 때, 민족은 이탈리아 통일과 독일 통일이라는 역사적 대업을 낳았지만, 동시에 나치즘과 파시즘의 탄생을 자초하기도 하였다. 동아시아에서도 민족주의는 통일의 명분을 주나, 이것이 과도하게 이루어진다면 전쟁의 불씨를 촉발할 수 있는 위험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이 민족주의를 탈피하려면 민족문제에 대한 청산을 먼저 해놓고 그 이후에 탈피를 해야한다.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는 수난의 역사가 동아시아 사회에서 완벽한 화해를 이루어야만 민족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날 초석을 제공하는 것이다. 만일 이것을 무시하고 세계시민주의로 발돋움하려 한다면, 우리는 영원한 패배자로서 살아가야만 한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행보가 바로 그러하다. 동북아 안보를 위하여 한국-미국-일본 3국이 공조하는 방향은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3국의 공조를 위해서는 일본의 성찰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 중요한 요소를 빼놓고 세계시민주의의 기치를 들어보이고 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윤석열 정부의 민족주의에 대한 태도는 냉소와 경멸에 가깝다. 민족주의를 종족주의로 비하하면서 자신들의 방향이 미래지향적인 것 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말은 똑바로 하자. 윤석열 정부의 세계시민주의의 이면에는 일본에 대한 굴종과 한국사에 대한 무지가 깔려있다. 전형적인 '달을 보랬더니 손가락을 보는 꼴'에 가까운 것이다. 이는 다지지도 않은 늪에 마천루를 올리겠다는 것이다. 마천루를 쌓을 수는 있겠지만, 그 마천루는 서서히 늪에 잠겨 언젠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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