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표 '전면전 선포' 발언에 대해

  • 게시자 : 더불어민주당
  • 조회수 : 412
  • 게시일 : 2003-11-11 00:00:00
어젯밤 박근혜 대표가 한밤의 도발을 하셨다.
‘전면전을 선포하시겠다’고 말씀하셨는데 과거의 야당 누구도 이런 표현을 하지 않았다. 우리야 말로 한나라당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미래로 가자는 것인지 과거로 가자는 것인지, 낡은 정치를 하자는 것인지 새정치를 하자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박대표의 어제 발언은 지금까지 한나라당 내 강경론자들이 강경노선으로 압박해오는 것을 수용해 국면을 전환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왜 하필이면 ‘색깔론’을 들고 나왔는지 참으로 개탄스럽다. 당내 강경론자들에게 끌려 다니다가 망한 사람들은 많다. 이회창 후보라든지 최병렬 대표 같은 분들은 작은 싸움에서 이기는 것 같았지만 결국 큰 싸움에서 졌다. 안타깝다.

박근혜 대표는 짧게는 2년 길게는 3년 반을 같이할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박대표에 대한 개인적 공격은 바람직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하고, 많이 자제를 해왔는데 어젯밤의 도발은 참으로 참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상생, 개혁, 새로운 한나라 이런 얘기들이 얼마나 뿌리 없는 얘기인지, 민주주의를 하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민주주의를 하는데는 철학적 바탕이 있어야 하고 삶의 궤적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국가의 근본이 흔들린다고 말씀하셨는데 한나라당과 박근혜 대표가 생각하는 국가의 근본은 무엇인가?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되어 있다. 제가 봤을 때는 민주주의에 대한 철학도 뒷받침할 만한 삶도 뒷받침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의 정치공세이자 색깔논쟁이라고 생각한다.

NLL 문제를 얘기하셨는데 청와대나 당의 누구도 당시 해군의 대응이 적절했는지의 문제를 삼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가 문제 삼는 것은 허위보고와 정부 유출이다. 박대표는 군이 국군 통수권자에게 허위보고를 하고 정보를 유출하는 것이 잘한 일이라고 보는가? 이런 일들을 보고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하는 것이 근본이 있는 나라인가?
송두율 교수 재판 문제를 거론하셨는데, 사법부가 내린 결정이다. 대통령이 사법부의 판결에 대해 좌지우지하는 나라가 근본이 바로 된 나라인가? 대통령이 반대한다고 해서 죄목도 불분명한 사람을 잡아다 사형시키고, 직장에서 쫓아내고, 수십 년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없게 만드는 통치가 제대로 된 나라의 통치인가? 나라의 근본이 무엇인지 민주주의가 과연 무엇인지 묻고 싶다. 박대표가 생각하는 나라의 근본, 제대로 된 나라,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경제 얘기도 하셨다.
박근혜 대표는 항상 경제를 살려야 한다, 먹고사는 문제를 챙겨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어떻게 경제를 살릴 것인가, 어떻게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얘기한 적이 없다. 단지 과거의 잘살아보자는 구호와 슬로건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 선거 때 모 언론과 인터뷰에서 경제를 살릴 것인가 반복하는 것에 대해, 질문자가 어떻게 살릴 것인가에 대해 묻자 “지금 저와 싸우자는 거냐”고 답변한 적이 있다. 그것이 보여주듯이 박근혜 대표는 구체성과 알맹이가 없는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대안 없는 비판, 대책 없이 듣기 좋은 소리만 반복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인, 제일야당 대표가 할 일이 아니다. 그렇게 대안 없는 비판과 대책 없이 듣기 좋은 소리만 녹음기 틀어놓은 것처럼 반복하고 있으니까 오죽하면 한나라당내에서도 박근혜 대표에 대해서 컨텐츠가 없다, 탈렌트 정치라고 얘기하는 것 아닌가?
우리는 박근혜 대표에게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인 대안, 정책다운 정책을 들어보고 싶다. 국민이 한나라당에게 120석을 주었을 때는 듣기 좋은 얘기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과 대안을 가지고 정부여당을 견제하고 균형을 맞추라는 것이다.

우리는 한나라당과 박근혜 대표가 이시기에 색깔논쟁으로 전면전을 펴겠다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그것의 뿌리는 친일진상규명법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야 말로 박근혜 대표가 상당히 오만하다고 생각한다. 친일문제에 있어 박정희 전대통령은 일부분이다. 아버지의 문제가 끼었다고 해서 친일진상규명을 반대하는 것은 역사를 사유화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현대사를 박씨 집안의 역사라고 우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한나라당이야 말로 정체성이 무엇인지, 미래로 갈 것인지 과거로 갈 것인지, 남북화해협을 할 것인지 대결할 것인지, 역사의 정체성을 바로 잡을 것인지 왜곡을 그대로 둘 것인지 분명히 밝힐 것을 요구한다. 우리당은 한나라당의 이런 도발에 대해 전면적으로 나설 생각은 없다. 터무니없는 도발에는 필요한 만큼 대응하겠지만, 우리당은 임시국회가 끝날 때 국민에게 약속한 것처럼 민생과 경제회복에 전면적으로 나설 것이다.

하나의 에피소드를 말씀드리겠다.
저는 박근혜 대표와 얽힌 추억이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인데, 새마음 봉사단 발대식이 전주에서 열린 적이 있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기가 막힌 일이다. 전주체육관에서 열렸는데 전주시내 고등학교 전교생을 신원조회 해서 통과된 아이들만 체육관에 갔다. 저희 학교 합창단은 두 달 동안 대통령 찬가를 연습했다. 새마음 봉사단 발대식 하는 날 청록색 무늬가 있는 새마음 봉사단 깃발이 나부끼는 체육관에 청록색 투피스를 차려입은 박근혜 대표가 대통령 찬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선녀가 하강하는 것처럼 입장했다. 우리는 대통령 찬가가 울려 퍼질 때 박수를 치며 환호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도난당한 나의 청소년기’였다. 박근혜 대표를 볼 때마다 대통령 찬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손바닥이 빨개지도록 박수를 치던 17살 내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 박근혜 대표 나이가 스물여섯 살 이었다. 스물여섯 살이면 어른이다. 그 당시에 전태일 열사 같은 분들은 박근혜 대표보다 나이가 어렸다. 세상에 대해 가치판단과 책임 있게 주체로서 살 수 있는 나이였다. 그래서 저는 박근혜 대표는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자 유신의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그런 박근혜 대표가 지금 우리에게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국가의 근본이 무엇인지를 물으면 도난당한 열일곱의 제 모습이 떠오른다. 또 앞으로 10년 후에 이순자 여사가 나타나서 ‘국가의 근본을 바로잡자’고 얘기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민주주의 하기가 참 쉽지가 않다.

2004년 7월 22일
열린우리당 대변인 김 현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