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동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 방문 정동영 당의장 인사말

  • 게시자 :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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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일 : 2003-11-11 00:00:00
강남에는 뉴욕이나 런던보다 더 화려한 동네도 있다. 이곳 홍은동 8번지와 옆 동네 개미마을은 1950년대 6․25 직후의 모습 그대로이다. 같은 하늘아래 이렇게 극단적인 삶의 모습은 건강한 것이 아니다. 이래서는 국민의 화합과 단결, 사회 통합이 불가능하다.

IMF 이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부유층과 빈곤층, 도시와 농촌, 대기업과 영세하청기업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선진국은 이런 차이가 없고 달동네도 없다. 국가가 사회적 약자의 최저생활을 뒷받침하고 그들의 사회적 지위향상이 가능한 것은 닮고 싶은 모습이다.

정치가 이런 극단적인 양극화를 어떻게 좁혀나갈지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 주 정치권이 만든 충격으로 자칫 나라가 망할 뻔 했다.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을 차떼기로 돈을 받아 감옥에 가야할 정치인들이, 단지 수가 많다는 이유로 끌어내리려 했다.

개인적으로는 광화문 집회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여당이 사회불안을 선동한다고 할까봐 가지 못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도 민주수호의 현장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지만 정작 정치지도자들은 도박을 하고 있다. 그 무책임함에 국민적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그들은 가지 않아야 할 길을 갔다. 후회막급이지만 되돌릴 길이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승자는 아니다. 우리도 또한 죄인이다. 국민을 편하게 하지 못했고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고 민주주의를 지켜내지 못했다.

우리의 이런 모습을 전세계인들이 지켜봤다. CNN이 1시간 이상 생중계했다. 대한민국을 정치선진국으로 알고 있던 외국인들이 형편없는 나라라고 실망했다. 국가 이미지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탄핵으로 구겨진 이미지는 돈으로 따질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야당은 망했고 우리도 죄인이다. 국민과 국가의 손실을 이루 헤아릴 수 없다.

홍은동 8번지의 생활은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시혜적 복지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성장과 발전만으로는 사회적 약자가 여전히 그늘을 벗어날 수 없다. 우리는 정의로우면서도 경쟁력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분배를 통해 사회적 약자들에게 최소한의 기회와 희망이 주어져야 한다. 그리고 경제 전체가 역동성 있게 잘 돌아가야 투자가 일어나고 일자리가 늘어난다.

외국에서는 대한민국의 장래를 밝게 본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이 땅을 사고 아파트를 살 때 그들은 한국의 주식을 산다. 국내 전체 주식의 43%를 외국인이 갖고 있다. 전망이 좋은 기업은 그보다 더 많이 갖고 있다. 돈이 부동산에 몰리면 국가경제에 이롭지 않고 결국 서민들이 피해를 입는다. 주식을 사야 투자와 일자리가 는다.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정치와 노사관계가 안정되고 공무원의 서비스 마인드가 확립되어야 한다. 첫째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낡은 정치를 청산하는 것이다. 탄핵정국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홍수가 난 후 쓰레기들이 깨끗이 청소되듯이 신인들을 중심으로 새 틀이 구축될 것이다.

의석수의 16%밖에 되지 않아 질질 끌려나올 수밖에 없었다. 우리에게 힘이 생기면 우리는 그 힘을 날치기에 쓰지 않겠다. 양극화된 사회의 격차를 좁히고 불협화음을 해소하는 방안에 대해 매일 공부하고 토론하겠다.

전국에 430여개의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가 있다. 내년부터 사업이 시작되면 조금씩 주거환경이 나아질 것이다. 더 나아가 국공유지에 임대아파트를 지어 저렴한 사용료만으로 살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겠다. 최소한의 잠자리와 위생 등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 노력하겠다.

국가가 돈이 많아야 양극화된 격차를 좁힐 수 있다. 기초생활보장을 늘리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일자리가 많이 생겨 많든 적든 벌이가 있으면 생활이 향상되고 그것이 정도이다.

그 전제가 정치이다. 정치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이번 선거는 역사적 기회이다. 4․15는 선거가 아니라 역사이다. 8․15가 식민지와 독립을 가르는 역사이듯 4․15 이전과 이후는 확연히 달라져야 한다. 지난 8년간 우리는 제자리 걸음을 해왔다. 1995년 1만불을 달성했다고 만세를 불렀지만 IMF 이후 이제 겨우 1만불을 회복했다. 4․15는 정체와 답보를 털고 일어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어제 광화문에 모인 분들이 모두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21세기 최첨단과 6․25 직후가 병존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 현실을 바꾸려면 정치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 죄인으로서 용서를 빌며 우리의 반성을 토대로 정치를 바꾸겠다. 이런 동네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겠다.


2004년 3월 21일
열린우리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