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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언론과 ‘견(犬)’의 기호학

  • 2024-06-25 16: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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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윤의 실학으로 읽는, 지금」(10) 대한민국 언론과 ‘견(犬)’의 기호학

랩독: 아무 생각 없이 따라 짖는 한 마리의 개에 지나지 않는다.

(10) 대한민국 언론과 ‘견(犬)’의 기호학

야당 대표의 ‘애완견(愛玩犬, 애완용으로 기르는 개)!’ 발언에 언론[특히 언론 재벌]들이 꽤 못 마땅한가보다. 하지만 현 대한민국의 가짜뉴스와 탈진실의 숙주(宿主)는 바로 언론이 아닌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공개한 지난해 언론은 신뢰도뿐 아니라 공정성·전문성 등 모든 항목에서 하락했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항목은 ‘영향력’으로 3.55점을 받았지만 2021년에 비해서는 0.29점 떨어져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다.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공정성’(3.04점)과 ‘정확성’(3.16점) 항목도 각각 0.08점, 0.09점 하락했다. 전문성(3.37점), 언론자유(3.43점)는 각각 0.18점, 0.24점 하락했고 TV 뉴스 이용은 급감하여 포털 70% 밑으로 처음 떨어졌다.

주요 요인은 “사회 약자 대변, 정부 비판·감시 역할 잘 못해”였다. ‘사회적 약자대변’이 가장 낮은 2.96점을 받았는데, 이는 2021년(3.20점)에 비해 가장 큰 폭(0.24점) 하락이다. 그 다음으로 낮은 점수를 받은 항목은 ‘정부·공인에 대한 비판 및 감시’ 역할로 3.05점이었으며, 이 점수도 2년 전에 비해 0.16점 하락한 것이다.(MBC뉴스가 1위였으나 언론재단은 보고서 미발간하였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부설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가 발표한 <2024 디지털 뉴스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 언론자유지수가 180개 조사국 중 62위이다. 2023년 47위보다 15단계나 하락했으며, 언론 신뢰도는 조사 대상 47개국 중 38위이다.)

한국 언론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낚시성 기사’와 ‘편파적 기사’라는 답변이 가장 많아 공동 1위를 차지했다. ‘낚시성 기사’는 ‘기사 내용과 맞지 않거나 선정적 제목을 붙인 기사’, ‘편파적 기사’는 ‘전체 사건 중 일부 혹은 한 쪽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전달한 기사’를 말한다.

“1815년 3월 9일자: 식인귀신 소굴(엘바섬)에서 탈출→10일자: 코르시카 태생 식인귀, 후앙 만(灣)에 상륙→11일자: 맹호, 가프에 당도하다→12일자: 괴물 그르노블(Grenoble)에서 야영→13일자: 폭군 리옹(Lyon) 도착→18일자: 강탈자, 수도로부터 60마일 밖에서 목격→19일자: 보나파르트, 빠르게 전진해 오나 파리 입성은 결코 없을 듯. 보나파르트, 무장 군인을 이끌고 전진 중→ 20일자: 내일, 나폴레옹 파리 입성 예정→21일자: 황제 보나파르트, 지금 퐁텐블로궁에 도착→3월 22일자: 높고도 귀하신 황제 폐하께서 충성스러운 백성들이 운집한 뛸르리 궁에서 지난밤을 보내시다.”

1789년 7월 14일 프랑스 혁명으로부터 4개월 후인 1789년 11월 24일 창간된 ‘르 모니퇴르 유니버셜(le Moniteur universel)’의 보도 내용이다. 이 신문은 권력에 비굴하게 아부한 상징적 언론으로 전 세계에 회자되며 1901년 6월 30일 결국 폐간, 영원히 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뉴스룸 앵커 브리핑을 시작합니다. 많이들 아시겠지만 언론은 언론학자들 사이에서 흔히 ‘개’에 비유되곤 합니다. 그중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워치독(Watch dog)’과 ‘랩독(Lap dog)’입니다. 워치독은 ‘감시견’을 뜻합니다.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을 감시하며 자유주의 체제의 가치를 지키는 역할을 수행하지요. 즉, 건강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을 위해선 언론의 역할이 그래야 한다는 것입니다. ‘언론 없는 정부보다는 정부 없는 언론을 택하겠다’던 토머스 제퍼슨의 그 유명한 말은 이 워치독 신봉론의 금과옥조가 되었고, 대통령을 물러나게 했던 워싱턴 포스트지의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는 언론의 워치독 역할이 현실세계에서 구현된 가장 좋은 예로 꼽히곤 합니다.

반면 랩독은 말 그대로 권력의 ‘애완견’ 같은 언론을 뜻합니다. 주인의 무릎 위에 올라앉아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달콤한 간식을 받아먹는 그 안락함에 취해버린 언론이라는 비판을 받습니다. 랩독은 결코 권력구조에 비판적일 수 없습니다. 다만 거기에 동화되고 기생할 뿐이지요. 권위주의 시대의 언론은 이런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감시견이나 애완견 같은 단순한 논리로 설명하기 힘든 또 하나의 유형을 학자들은 내놓았습니다. ‘가드독(Guard dog)’ 즉, ‘경비견’입니다. 가드독의 역할은 좀 복잡합니다. 언론 그 자신이 기득권 구조에 편입되어서 권력화되었고, 그래서 권력을 지키려 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그들이 지키려 했던 대상을 향해서도 공격적이 되는 것. 물론 그것은 지키려 했던 대상의 권력이 약해졌을 때, 혹은 지키려 했던 대상이 자신의 이익과 반하게 될 때의 이야기입니다.” 2016년 4월 27일 이 나라 언론인의 사표가 될 만한 손석희 JTBC 앵커의 브리핑이다.

대한민국 언론, 그 ‘개[犬]’의 기호학은 어떠한가? ‘랩독’은 옆집 개가 짖으니 아무 생각 없이 따라 짖는 한 마리의 개에 지나지 않는다.(매우 중요한 이슈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눈을 감고 있는 언론인 슬리핑독(Sleeping dog)도 있다.)

“제발 예의를 지키면서 살자!” “나라가 아주 개판이야!” 2014년에 방송된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에 나오는 대사이다. 그 포스터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있다. “완벽한 사냥을 위해선 더 지독한 사냥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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