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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윤의 실학으로 읽는, 지금] (45) 속담으로 풀어보는 요즈음 정국

  • 2023-11-14 09: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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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윤의 실학으로 읽는, 지금] (45) 속담으로 풀어보는 요즈음 정국
  • 간호윤

  • 승인 2023.11.13 17:26

  • 수정 2023.11.13 17:31

  • 2023.11.14 15면

쥐, 모기, 파리, 그리고 참새


'제사해운동(除四害運動)'은 마오쩌둥 집권기인 1950년대에 '해로운 네 가지'를 없애서 인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겠다는 의도로 시작된 정책이다. 해로운 것 네 가지는 바로 쥐, 모기, 파리, 그리고 참새이다. 마오쩌둥이 이를 해롭다고 지목한 데에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쥐: 곡식을 갉아먹고 페스트의 매개체가 된다. 모기: 자체로도 짜증지수 상승에 뇌염이나 말라리아 같은 병원체를 전염시킨다. 파리: 비위생적인 곳에서 주로 서식하는 데다 옮기는 병균이 꽤 된다. 참새: 평시에는 해충을 잡아먹지만 추수기에는 곡식을 쪼아 먹어서 생산량을 감소시킨다. 요즈음 정국을 보면 저 '제사해운동'이라도 하고 싶다.

방송통신위원회: 쥐 :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두 단어를 말하라면 교육과 언론이다. 특히 언론의 중요성은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그러나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언론지수를 보면 대한민국은 2019년 41위에서 2022년 43위, 2023년에는 47위로 떨어졌다. 그런데 이를 이끌어야 할 방송통신위원장의 행태가 가관이다. 야당도 탄핵을 들고 나왔다. 국민 85%가 반대하는 이명박 시절 언론탄압 장본인이 이 정부의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됐다. '윤석열의 이동관'으로 좀비처럼 살아나는 모습에서 '히틀러의 괴벨스'란 망령이 떠오른다. 오죽하면 파견 나온 방통위 가짜뉴스 심의센터 직원들이 정권이 바뀌면 징계·수사를 받을 게 두려워 원래부서로 보내달라고 고충처리위원회에 청원했단다. '쥐가 하룻밤에 소금 한 섬을 나른다'는 속담이 있다. 쥐가 조금씩 날라 가는 것 같지만 하룻밤에 소금 한 섬을 거뜬히 나른다는 뜻으로, 보기에는 하찮은 것 같지만 입는 피해가 매우 큰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법무부장관: 모기 : 역시 야당 탄핵 대상에 오르내리는 인사이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듣고 있으면 짜증지수가 심각할 정도로 치솟는다. 정치적 중립성을 안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느물느물 국민과 국회의원들을 능멸한다. 꼭 하는 짓이 '모기 다리에서 피 뺀다'는 속담과 궁합이 맞다. 이 속담은 제 이익을 위해서는 교묘한 수단으로, 없는 데서도 긁어내거나 빈약한 사람을 착취함을 이르는 말이다. 일제 치하 서슬 퍼런 '영감'이라 불리며 영예를 누린 법관의 후예들, 아니 해방된 이후에도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시대를 거치며 권력의 시녀를 자임하며 패거리 문화를 건설한 영감들 우두머리는 그만 두어야 한다. 법치국가에 법과 정의가 없어져서다. '모기도 낯짝이 있지'라는 말이 있다. 염치없고 뻔뻔스러움을 이르는 말이다.

일부 검사들: 파리 : 대학교수들이 뽑는 올 해 사자성어는 당연 '압수수색'이라는 웃지 못 할 말이 떠돈다. 야당의 탄핵 대상에 거론되는 검사들의 행태가 도를 넘는다. 검찰공화국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니다. 2023년 9월 21일, 국회에서 '헌정 사상 처음, 사건'이 일어났다. '현직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 된 것이다. 대법원 판결로 안 검사의 위법이 세상에 증명됐지만 아무런 제재도 없이 검사직을 이어가고 있는 데 대한 정당한 탄핵이다. 수십 년 간 무소불위 검사들의 행태에 대한 입법부의 경종이니 만시지탄인 셈이다. 또 정권에 아부하는 일부 검사들의 행태를 보면 '파리 경주인'이란 속담이 떠오른다. 시골 아전이 서울에 오면 그 고을 경주인(京主人,중앙과 지방 관청의 연락 사무를 담당하기 위하여 서울에 파견해둔 관리)의 집으로 모여들듯이 짓무른 눈에 파리가 꼬여 드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경제기획원 장관: 참새: '눈치가 참새 방앗간 찾기'라는 말이 있다. 눈치가 매우 빠르다는 말이다. 또 '참새가 방앗간을 그저 지나랴'는 속담도 있다. 이익 되는 것을 보고 가만있지 못한다거나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이다. 나라의 곳간을 책임지는 부서의 장이라면 저 참새가 되어야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물가 낙관' 운운하며 땜질식 대응만 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8% 상승했다. 물가상승률은 정부의 전망치를 벗어나 지난 3월 4.2% 이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반기에 물가상승률이 2% 중반 아래도 갈 수 있다”던 추경호 부총리의 말은 조롱거리가 되었다. 여기에 국가 경제의 기본수치인 '역대급 세수 펑크'를 내고 '세수 추계'조차 실패하였다. 이러니 국민들의 경제상황은 갈수록 수미산이고 삶은 고달프다. 저 이들에게 이 글이 검은 것은 글씨요, 흰 것은 그저 종이일 뿐일 듯하지만, 백성의 한 사람으로서 '모주 먹은 돼지 벼르듯' 별러 글을 써본다.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문학박사):인하대학교 초빙교수·고전독작가(古典讀作家)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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